본문 바로가기

~2013/칼럼

[서평] 금융, 따뜻한 혁명을 꿈꾸다

[서평금융따뜻한 혁명을 꿈꾸다

약탈 금융이 아닌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어야.....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금융상품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움츠려 있던 미국의 대형 투자 은행들은 새로운 파생상품을 개발했다생명보험 담보부증권(Life Settlement-backed Security)이다이 상품은 생명보험 가입자의 사망보험금을 기초 자산으로 삼고 있다생명보험 가입자가 일정한 금액을 받고 보험에 관한 권리를 투자 회사에 팔면 투자 회사는 가입자의 보험금을 대납하고 보험금의 권리를 가지게 된다이 상품의 수익은 생명보험 가입자가 빨리 죽으면 죽을수록 수익이 높아지는 구조로 이 때문에 사망채권(Death bond, Mortality bond)이라고 불린다비즈니스 위크가 월스트리트가 만든 투자 상품 가운데 가장 소름 끼치는 상품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사망채권은 현대 금융의 속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금융은 우리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아니 97년 외환위기, 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생각하면 연관을 넘어서 파국을 몰고 오는 시한폭탄과 같다금융시스템의 붕괴는 고스란히 그 피해가 당사자가 아닌 일반 국민들에게 전가된다이익의 사유화손실의 사회화로 나타나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68조에 이르는 공적자금이 금융기관에 투입되었다그중 60조 이상이 아직 회수되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10조 달러 이상이 투입되었다부실 금융기관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는 2008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당사자인 금융기관들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 정책을 --루즈(win-win-lose)’에 비유했다피해를 감수해야 할 대형 투자은행들과 투자자들이 다시 돈을 벌고 영문도 모르게 피해를 본 국민이 그 부담을 진다는 뜻이다파산되어야 할 금융기관들을 살린 것은 세금을 낸 국민들이지만 여전히 금융기관들은 수익에 혈안이 되어만을 쫓고 있으며 국민들은 경기 침체 여파로 허덕이는 이상한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의 순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금융이란 자금을 중개하는 기능이 핵심이다자연스럽게 물이 흐르듯 누군가의 여유자금이 돈이 부족한 누군가에게 전달되는 경로로서 의미를 가진다그러나 실제 모든 경제 주체들이 직접 대면하여 거래할 수 없으므로 중간 매개자로 금융기관들이 생겨났다결국금융의 순기능은 자본의 효율적 중개와 분배를 통하여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정말 돈이 필요한 서민들은 대부업체로 내몰리고 있고 중소기업이나 창업자들은 자금 조달에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금융의 본원적 기능이 상실된 것이다.


 

이자 없는 금융거래가 가능할까?

세상은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개의 패러다임으로 나누어진다하나는 신자유주의가 외치는 대안은 없다(TINA, There Is No Alternative)라는 주장이다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 현재 시스템을 대체할만한 방법이 없으므로 대충 문제점들을 수정보완해서 가야 한다는 것이다반대로 더 나은 세상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던 패러다임을 바꾸면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금융도 마찬가지다신자유주의 금융화 이후 사람들은 금융을 돈을 버는 기관으로만 인식하고 있다그러나 금융의 본질은 공공성에 있다금융은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이윤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이자 없는 예금과 대출 시스템을 이야기하면 대안은 없다는 패러다임을 가진 사람들은 그게 가능하냐고 반문할 것이다아니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무시할 것이다당연히 지금의 상식으로는 상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나 그것을 실천하는 은행과 고객들이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우리가 생각하는 현실 너머에 더 나은 세계가 실제로 있는 것이다. 1930년대 초 덴마크에서 시작된 야크운동(JAK Movement)은 현재 스웨덴에서 은행업 면허를 취득한 정식 금융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책 본문 152)


 

지역에서 번 수익은 지역으로

미국에는 지역재투자법(CRA, Community Reinvestment Act)이 있다대형 은행들에게 지역사회의 저소득층에 대한 투자융자 등의 금융 서비스를 의무화한 것이다그 결과 금융 소외 현상이 줄어들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책 본문 119)


 

동네 곳곳 마다 은행 지점들이 있다주 고객은 지역 주민들이다그러나 수익은 모두 중앙으로 집중되어 주주들의 배당이나임원들의 스톡옵션 등으로 쓰인다올해 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순이익 합계는 2조 5천억 원에 이른다.지난해에는 5조 1179억 원이었다. 4대 금융지주는 수익 중 신한금융 3,939억 원, KB금융2,318억 원 등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주주 배당에 사용했다그러나 서민금융중소기업 금융사회적 경제조직들에 대한 투자 등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우리나라에서도 서민 금융 활성화를 위해 도입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과도한 정부 개입과 규제라는 이유로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미국은 되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는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이제 우리가 실천할 순간이다.

우리 곁에도 작지만 따뜻한 금융 기관들이 있다성남 주민신협은 올해 1월 정기총회를 통해 조합원 배당금 중1%를 지역의 협동사회경제 네트워크 구성을 위한 기금으로 조성할 것을 결의했다. 396만 원밖에 안 되는 적은 금액이지만 그 의미는 남다르다그 밖에도 원주 밝음신협안산 화랑신협논골신협 등은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지역 금융 기관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한국사회적금융연구원 문진수 원장은 금융따뜻한 혁명을 꿈꾸다를 통해 마이크로파이낸스사회목적투자,지역금융협동금융 등 사회적금융 관련 구체적인 모델들을 제시하면서 낡은 게임의 법칙을 깨고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하자고 역설한다그는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면서 금융이 어렵다고 금융을 멀리하면 그 족쇄에 노예처럼 끌려다녀야 한다고 현실에 대한 이해와 함께 작은 실천을 주문한다.


 

책을 덮으면서 표지의 제목 중 따뜻한 혁명이라는 구절이 눈에 와 닿았다아마도 지금의 금융시스템을 바꾸고 우리나라에 사회적금융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혁명’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리라필자의 인간의 얼굴을 한 금융에 대한 오랜 관심과 연구에 깊은 지지를 보내며 이제 이 책을 읽는 우리가 실천으로 답해야 함을 느낀다그렇다.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실천만이 답이다이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회적금융이 필요하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나서서 사회적금융을 만들기 위해 실천하자이는 바로 우리가 잊고 있는아니 패러다임에 의해 거세된 금융의 순기능과 공공성을 회복하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출발점이며 사회적경제 활성화의 전제 조건이다.




 

금융따뜻한 혁명을 꿈꾸다’ 더 나은 금융 질서를 위한 실험과 도전그 혁신 이야기

지은이 문진수펴낸 곳 북돋움

 

* 글_강동구사회적경제센터 옥세진 센터장